전자자료·디지털기기 활용 증가 사용자의 ‘새 공간’ 요구 수용
“문화 치중 아닌 정보보존·제공 등 근원적 목적 살려 변신해야”
‘기록보존이냐 이용자 서가냐’ 한정된 공간 배분의 끝없는 고민
[한국대학신문 정윤희 기자] 대학도서관이 진화하고 있다. 빽빽한 책장과 열람실 공간이 연상된 대학도서관은 이제 탁 트린 열린 공간을 연출하며 정보공유·만남·휴식의 공간, 최첨단 디지털 기기 체험 및 문화 향유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학도서관의 신축·리노베이션은 최근 10년 새 활발히 진행됐다. 지난 2003년 광주대도서관과 포스텍 청암학술정보관 등을 필두로 지난해 부산대와 전북대도서관, 올해 서울대관정도서관까지 전국의 많은 대학도서관들은 공간 확장 및 환경 개선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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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관정도서관이 2년여간의 공사를 마치고 올 2월 개관했다. 총 예산만도 690억원. 2013년 신축에 들어간 서울대 관정도서관은 지하 2층, 지상 8층 건물로 연면적 2만7000㎡ 규모다. 통로로 연결된 기존 중앙도서관 본관(3만500㎡)과 합하면 국내 대학 최대 규모다.(제공=서울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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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관정도서관 내부전경.(제공=서울대) | ||
■ ‘책 냄새 솔솔’ 도서관은 옛말 ‘복합문화공간’의 탄생 = 대학도서관은 증축·신축·리노베이션을 거듭하며 공간을 변화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공동학습공간, 협업공간, IT기기 등 디지털콘텐츠 이용 공간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월, 서울대 중앙도서관 본관 뒤편에 제2중앙도서관 격인 ‘관정관’이 개관했다. 지난 2013년 5월 첫삽을 뜬 뒤 1년9개월여만에 완성됐다. 지상 8층 규모의 관정관은 대형 열람실·스터디룸·캐럴(개인 열람실)·멀티미디어 열람실·교수 라운지·회의실 등 복합문화·학습 시설을 갖췄다. 중앙도서관 본관 4층과 관정관 2층은 통로로 연결돼 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관정관 신축으로 서울대는 국내 대학도서관 중 460만권의 최대 장서뿐만 아니라 연면적 5만7747㎡의 최대 규모를 갖게 됐다”며 “관정관은 첨단시설을 갖춘 이용자 맞춤형 공간으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서울대 학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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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명여대도서관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앙도서관 5, 6층과 별관 지하 2층, 화장실 등을 대상으로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숙명여대는 리모델링에 앞서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도서관에서 겪는 불편사항을 접수하고, 이를 리모델링에 반영했다.(제공=숙명여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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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명여대도서관 내부모습.(제공=숙명여대) | ||
숙명여대도 지난 2004~2006년까지 리모델링 및 증축공사를,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앙도서관 5, 6층과 별관 지하 2층, 화장실 등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곳’이란 모토아래 신공간 디자인을 구축하고, 지난 4월 1일 중앙도서관 신공간 오픈식을 진행했다. 중앙도서관은 더 이상 책을 읽고 시험공부를 하는 곳이 아닌 창의와 협업이 꽃피는 복합학습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마치 집에서 편안하게 책을 보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도서관 내 카페는 물론 식사와 학습이 병행가능하도록 공간을 연출했다. 또 도서관 밖 옥상정원 ‘생각마루’을 구축,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연세대는 중앙도서관과 2008년 신축한 ‘연세·삼성학술정보관’, 2013년 개관한 송도 국제캠퍼스의 언더우드기념도서관이 있다. 특히 연세·삼성학술정보관은 전통적인 도서관 시설에 최첨단 멀티미디어 복합공간, 휴식, 미팅, 디지털콘텐츠 이용가능한 U-loung 복합문화공간, 체험코너, 그룹스터디룸, 프레젠테이션룸, 협업부스와 세미나룸을 포함한 새로운 공간을 구성했다.
지난해 최신 IT 기술을 적용한 미래지향적 디지털도서관으로 신축 개관한 전북대 도서관도 이용자중심의 학술정보제공 환경을 마련했다. 전북대 도서관은 지하 2층, 지상 4층, 전체면적 2만4492㎡ 규모로, 소장 단행본 자료 43만여권에 태그를 부착하는 시스템을 도입, 대출과 반납의 편의성을 증대시켰다. 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료 검색부터 시설 이용까지 체크 할 수 있는 최첨단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상귀 전북대 도서관장은 "최첨단 시스템뿐만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타 대학도서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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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대도서관은 지난해 신축 개관했다. 총340억의 예산이 투입됐다. 지하 2층, 지상 4층, 연면적 2만4,492㎡ 규모로 건립됐으며, 도서관은 소장 단행본 자료 43만여 책에 태그를 부착하는 RFID 시스템을 도입해 대출과 반납의 편의성을 증대시켰다.(제공=전북대) | ||
■ 증축·신축·리노베이션, 왜 = 과학기술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디지털자료가 대폭 증가함에 따라 대학마다 도서관 신증축이나 리노베이션에 나서고 있다. 이는 도서관 이용자들의 이용행태뿐만 아니라 도서관 공간의 변화를 이끌었다. ‘도서관, 공간으로서의 역할과 향후 전망’이란 제목의 논문을 쓴 이상호 전 홍익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전자책 단말기의 등장은 개인용 도서관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물리적 공간을 마련하고 방문자를 기다리는 도서관과 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도서관과 이용자 모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정재영 관리운영팀장은 “디지털자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도서관이 연구·학습공간으로서 기득권이 약화됐다”며 “기존 도서관 공간구성으로는 디지털시대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공간과 시설 확보가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공간 확보가 절실해 졌다는 것이다.
장윤금 숙명여대 교수(문헌정보학과)는 “도서관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습공간을 탐색하고, 도서관 내에서 학습하고 싶은 공간, 협업과 창의, 융복합 구상이 이뤄지는 공간을 마련하게 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도서관의 변신은 시기적으로 ‘리노베이션’ 할 때가 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부 대학도서관은 1950~60년대 지어져 이미 ‘노후화’가 상당부분 진행됐고, 늘어나는 장서를 감당하기에도 상당히 위험스럽거나 비좁은 상황이다. 거기다 새로운 기능·역할을 수행할 공간을 제공할 여유는 아예 없는 형편이다.
장 교수는 “IT기술이 발전하고 융복합 공간의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옛날 건물들은 이러한 여건을 따라주지 못한다. 도서관도 학생들의 수요와 요구를 맞춰줘야 한다”며 “이용하는 학생들이 늘어나야 도서관은 대학의 심장으로서의 역할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도서관에 대한 투자가 학부모로 하여금 자녀교육·생활에 안정감을 주고, 이것이 기금 마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있다. 도서관 내 카페, 레스토랑, 휴식처, 모임 공간 등을 만드는 리노베이션이 학생들을 캠퍼스 밖으로 나가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는 것이다. 특히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학습을 수행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장 교수는 “실제로 해외의 한 대학은 도서관 리노베이션 내용을 학부모 개개인에게 설명해 목표치 이상의 펀드레이징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학부모들은 대학도서관이 자식들의 생활 안전에도 상당부분 일조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공간’보다는 ‘학습공간’으로…“도서관 역할은 지켜져야” = 전문가들은 대학도서관 공간변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도서관의 본래 목적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레크리에이션이나 휴게 전시 등의 문화공간을 통해 이용자를 늘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도서관의 자료 보존이나 지식 정보제공 등 근원적 목적은 변함없이 강조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응봉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장(충남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은 “도서관은 점차 참여·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 등의 창조 공간으로, 모든 정보원과 연결되는 하나의 문화개념으로 돼 간다”면서 “공간의 역할이 이전과는 달라졌지만 정보의 공유, 제공, 학습 등의 바탕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장윤금 교수도 대학도서관이 잘 꾸며진 문화공간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도서관의 정보공유공간(인포메이션커먼즈)과 학습공간(러닝커먼즈) 사이에는 반드시 보존·정보제공의 도서관 근원적인 목적이 함께 고려돼야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