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인 리삐화(李碧華)가 각본을 쓴 <패왕별희>는 두 경극배우를 통해 중국 근대사 격변기 속의 삶과 예술을 그린 영화입니다. 당시 큰 영향력을 지녔던 중국전통공연예술인 경극을 배우던 학교에서 지독한 훈련을 함께 받았던 데이(장국영)와 그 상대역인 샬로(장풍의)의 우정을 넘어선 미묘한 감정의 부침은 인간이 극한적 상황에 얼마나 이기적이고 나약한 존재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영화 속 ‘패왕별희’경극에서 여장을 했던 장국영의 명연기는 관객에게 연민을 포함한 독특한 감정을 유발시킵니다. 애틋함을 동반한 처연한 슬픔은 이 영화가 강렬한 인상과 독특한 색깔을 지니게 하는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화대혁명으로 경극이 지탄받아 공개재판을 받을 때 벌어지는 배신과 증오, 비굴함 등을 보여주는 엔딩은 가슴 아픈 명장면 중의 하나입니다. 이 장면은 문화혁명 때 사람들 앞에서 아버지를 모욕했던 감독 첸 카이거의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중국에서는 상영이 금지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각자 개인의 삶을 살아가지만, 동시에 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예술을 통해 시대의 의미를 읽어내려는 <패왕별희>를 통해 재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