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자대학교 도서관|세계여성문학관
<그녀> (2014/ 청소년 관람불가/ 126분)
사랑이 지닌 깊은 고독의 측면을 가슴 속에 아로새기는 영화가 있다. 2014 아카데미 및 2014 골든 글로브 각본상을 수상한 <그녀>이다. 이 영화는 화려한 비주얼이나 스피디한 전개, 드라마틱한 스토리 등과는 애초에 담쌓은 영화다. 그럼에도 어느 멜로 영화보다 애틋하다. 가슴에 구멍 하나를 뻥 뚫어놓은 채, 그 속에 바람을 훅하고 불어넣어버리는 강렬함까지 지니고 있다. 영화는 우리 사회를 미리 내다보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구현한다. 영화 속에 몇 년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10년쯤 지나면 있을 법한, 어쩌면 곧 다가올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영화는 인터넷 운영체계가 발달하여 인간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달콤한 말로 사랑을 고백 중인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면서 시작된다. 그의 음성은 아날로그식 손 편지 느낌의 글자로 출력되어 소비자에게 제공된다. 사랑의 편지 대필작가인 그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무수한 사랑의 언어를 내뱉으며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아내(루니 마라)와는 이혼이 진행 중이다. 외로운 테오도르는 다양한 방편을 통해 사랑을 다시 시작해보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아내를 아직 사랑하고 있는 터라 번번이 실패한다.
어느 날 그는 인공 지능 운영체제가 정보제공만이 아니라 감정까지 소통하는, 즉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점차 진화해가는 프로그램에서 ‘사만다’(스칼렛 요한슨)와 대면하게 된다. 음성만 제공되는 사만다와의 소통은 정보처리를 잘 해주는 OS(운영체제)일 뿐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이해해주는 느낌을 받게 한다. 급기야 영화 속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테오도르도 OS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OS와의 사랑을 통해 사랑의 본질,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의 터널 속으로 관객을 끌고 간다. 테오도르가 눈물 흘릴 때 함께 슬퍼지며, 매력적인 사만다의 목소리에 테오도르처럼 반하게 만드는 체험적 영화다.
▶ DVD 찾아보기: 그녀 [비디오녹화자료] : A spike Jonze love story
▶ 다음 주 영화 : 진정한 부부간의 사랑을 감성적으로 그린 장예모 감독의 <5일의 마중>(의사소통센터 황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