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 이발사> (2004)
한국 영화사에서 대통령이라는 권력주체와 맞물린 소시민의 삶을 정치사적 맥락 속에서 다룬 영화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효자동 이발사>는 소재만으로도 귀중한 위치를 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효자동 이발사>의 일등공신은 영화가 끝나고도 오래도록 관객의 뇌리에 남는 명대사와 열연한 배우들일 것입니다. 10.26 사태 직전의 만남에서 대통령이 성한모(송강호)와의 오래된 관계를 의미하며 "자네 참 이발을 오래 하는구만.”라고 한 말에 대한 “각하도 참 오래하십니다.”는 성한모의 대답은 언어의 이중성을 잘 표현한 명대사입니다. 아내 역인 문소리의 천연덕스러운 사투리와 연기 또한 능청을 넘어서 이 영화의 서민풍에 한 몫을 단단히 했습니다. <효자동 이발사>는 효자동에서 이발소를 경영하다 대통령의 이발사가 되었던 성한모라는 개인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권력을 가진 자와 민중의 모습을 대립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소시민에게 권력은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효자동 이발사>는 이러한 소심한 소시민의 모습을 탁월하게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성한모는 권력에 대한 공포로 말미암은 비굴함까지 지니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효자동 주민들은 동네반장의 막강한 영향권 하에 있는데, 반장은 자유당이든 공화당이든 늘 집권당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충성스런 여당 최씨는 정부 기관에 결국 간첩으로 몰려 고문당하고 희생되고 맙니다. <효자동 이발사>는 심각하고 비장한 시대적 사건을 코믹하고 우화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우화적이고 아이러니 장치는 성한모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던 관객에게 자신과 자신의 윗세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효자동 이발사>는 우매하고 배우지 못한 성한모를 통해 나 자신은 과연 다음 세대의 역사 속에서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을 가진 자로 평가될 수 있는가 하는 반성문을 쓰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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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동 이발사 [비디오녹화자료] = The President's Bar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