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The Fall, 2006)
대중예술 장르인 영화는 비주얼로 보고 듣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영화에서 비주얼이 중요한데도, 대부분의 관객들은 비주얼보다 이야기에 집중하게 마련이다. 비주얼에 목숨 거는 감독이 만든 영화는 비주얼 자체가 다르다. 영상미학이라는 단어는 이러한 감독들이 만든 영화를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일 것이다.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The Fall, 2006)이 바로 영상미학을 구현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이는 뮤직 비디오와 광고를 주로 찍던 감독이었던 타셈 싱이 그의 첫영화인 프로이트의 꿈의 심리학적 해석에 기반을 두고 만든 <더 셀>의 인트로 장면에서도 확인된다.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The Fall, 2006)은 타셈 싱 감독이 세계 28개국에서 찾은 명소에서 실제로 찍었다. 실제로 저런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의 멋지고 상징성이 가득한 장소에서 진행되는 이 영화는 영화에서의 비주얼의 힘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한국에서는 이라는 다소 모호한 영어 제목에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라는 부제를 붙여서 개봉하였다.
이 영화의 제목인 ‘The Fall’은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인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상황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작품전체의 주제와 분위기를 상징한다. 영화를 촬영하다 말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친 스턴트맨 로이(리 페이스)가 병원생활을 하다 만난 나무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진 5살 소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에게 해 주는 이야기가 영화의 핵심 스토리이다. 이 영화는 어떤 이유로든 삶에서 ‘추락하여 떨어졌을 때’, 떨어진 사람의 고뇌의 과정과 어떻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가를 그린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마치 세헤라자데가 왕에게 해 주는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줄거리가 되는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영화의 스토리가 이야기하기의 과정 자체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그러므로 이야기라는 허구의 힘이 삶에서 어떤 힘을 가지느냐가 강조된다. 이 영화는 현실과 이야기 속 판타지가 처음에는 구분되어 있는 것 같지만, 이야기 속 주인공이 로이의 얼굴을 하고 있고, 후반부로 갈수록 현실과 허구가 뒤섞이는 모던한 구성으로 짜여져 있어 현실이 허구고 허구가 현실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은 병원에 입원한 소년과 간호사의 우정이 환상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1981년에 제작된 불가리아 영화 <요호호>라는 영화를 타셈 싱 감독이 보고 저작권을 사서 만든 리메이크 영화이다. 구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17년, 만드는 데 6년이 걸렸다는 이 영화는 2007년 베를린 영화제 수정곰상, 시체스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다음 영화 : 피츠제랄드 원작을 영화화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사소통센터 황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