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2009)
영화가 슬픈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을 펑펑 흘리게 하며, 관객의 슬픈 정서를 고조시키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다르게 너무나 슬픈 이야기이지만, 뼛속 깊이 눈물이 스미게 하며 애잔한 슬픔을 느끼게 만드는 영화가 있다.
<여행자>(2009)는 바로 후자의 방식으로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영화다. 2009년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특별상영작인 <여행자>는 이후 토론토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섹션, 도쿄국제영화제 윈즈 오브 아시아 섹션에 연이어 초청되며 세계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한-불 합작영화다. 총 제작비 10억 원으로 제작된 <여행자>는 이창동 감독이 제작만이 아니라 공동 각본가로 참여했다고 한다. 실제 입양아 출신인 우니 르콩트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는 설경구, 고아성 등이 까메오가 아닌 조연으로 출연하고 있고, 주인공 진희 역에는 여러 경쟁자 중에서 발탁된 김새론이 맡았다.
슬픔이 담긴 초롱초롱한 눈매의 김새론은 주인공 진희가 지닌 외로움과 슬픔을 더할 나위없이 표현해 내고 있다. 김새론은 최근 원빈 주연의 <아저씨>에도 출연하여 영화의 감성적 엔트로피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한 바 있다.
<여행자>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라는 경구가 생각나는 영화다. 진희의 보육원 생활을 그린 부분은 너무 어둡고 리얼하여 외로운 진희의 심경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진희가 외로움과 슬픔을 딛고 어떻게 성장해 가는가를 그린 이 영화는 어린 소녀의 시각으로 초점화되어 있기에 슬픈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 DVD 찾아보기: 여행자 [비디오녹화자료] = A brand new life : 아홉 살 소녀의 첫 이별 이야기
다음 영화 : 여고생과 이주노동자의 우정과 사랑을 통해 다문화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반두비> (교양교육원 의사소통센터 황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