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핀(2009)
현재 하고 있는 일과는 상관없이 천부적인 예술적 재능이 발현되는 예술가의 삶은 우리에게 색다른 감동을 준다. 파리 근교 상리스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그것을 화폭에 표현하는 세라핀(욜랭드 모로)이 바로 그러하다. 육체적 분위기는 하녀지만, 그녀의 영혼은 예술가의 열정을 지녔다. 집세도 못 내는 형편에 푼돈을 아껴 모아 그림 그릴 물감을 사기도 하지만, 들꽃을 꺾어 짓찧어서 내는 색감을 내기도 하기 때문에 그녀의 그림의 색감은 그 어느 사람도 흉내조차 내기 힘든 색상이 나온다.
세라핀을 연기하는 욜랭드 모로는 여자치고는 상당히 거구인 편이고 평소에는 무뚝뚝해 보이면서도 자기고집으로 가득차 있지만, 그림을 그리거나 자연과 교감할 때는 어떤 표정보다도 흐뭇한 표정을 자아낸다. 세라핀은 ‘피카소’의 그림을 처음 구입하고 ‘루소’의 첫 개인전을 준비할 만큼 심미안을 가진 독일인 미술 평론가이자 화상인 ‘빌헬름 우데’를 만나면서 재능을 인정받게 된다. 세라핀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본 그는 세라핀에게 허드렛 일을 하지말고 그림만을 그리라고 하면서 후견인이 되어 준다.
그러나 그녀는 그림에 있어서는 천재지만 생각이나 생활습관은 그에 미치지 못해 빌헬름을 걱정시킨다. 이 영화 역시 한 방향에서의 천재가 지니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러나 열정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지닌 세라핀의 그림은 탁월하다.
더구나 마르탱 프로보스트 감독은 장면 하나하나가 바로 화폭의 그림처럼 보이는 조명 설정을 했다. 실내장면은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빛이 있는 방향으로 명암이 뚜렷하다. 그래서 심도 있고, 철학적인 깊이가 있는 화면으로 보인다. 야외 장면에서도 한 폭의 풍경화처럼 구도가 잡혀 있어 스틸 컷 하나하나가 바로 예술적 장면을 구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프랑스의 아카데미 격인 ‘세자르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하여 7개 부문을 수상했고, 카이로영화제 등 유수한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 DVD 찾아보기:세라핀 [비디오 녹화자료] :신이 내린 천재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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