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명의 문학은 고독과 자의식을 그 중심에 두고 있다. 작품 속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지속적으로 강도 높게 나타나는 것은 생래적으로 고독했고 자의식이 유달리 강했던 노천명에게 거의 유일한 위안의 방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노천명 시의 또 하나의 특징은 눈에 보이는 정경을 세밀하게 묘사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1930년대 농촌의 구체적 삶의 단편을 시로 옮기는 데 성공한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노천명 시의 두드러진 특징은 절제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노천명은 허세를 부리지 않고 차분하고 성실하게 시를 썼으며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삼켜 절제한다. 또한 감상적인 스타일에 부합하는 감성적 내용을 표현하여 수필 문학의 한 경지를 개척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노천명의 친일행각 등은 그녀에 대한 평가를 엇갈리게 하기도 한다. 노천명의 정신세계에는 현실의 공간과 시간이 없으며, 그녀의 시대인식은 식민지 시대, 6·25 전쟁의 현장이 부재중인 상태에서 이루어진다고 보면서 노천명의 친일 행각 등을 설명하는 것이다. 노천명에게 식민지의 억압, 6·25 전쟁과 같은 치열한 삶의 현실은 감당할 수 없는 폭력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