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란의 작품은 삶의 유기체성을 잃고 떠도는 도시인들의 군상을 그리고 있다. 특히 작품집 [옆집 여자]는 서민 아파트와 그 주위의 상가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생태학이라 부를만큼 잡다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고장난 세탁기처럼 자기 삶에 유폐된 주부([옆집 여자]), 바람난 상가 경비원([당신의 백미러]), 삶에 지친 세일즈맨([깃발]), 강간을 당하고 정신착란 상태에 있는 여자([악몽]), 타인에 대한 기묘한 호기심으로 쓰레기 봉투를 집으로 가져와 해체하는 한 남자([곰팡이꽃]) 등이다. 이들은 그의 소설에서 단자화된 개인의 아픔을 투시하며 희망에의 가냘픈 기대를 감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