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은 1967년 박목월의 추천으로 〈현대문학〉誌에 시 〈달〉, 〈별〉, 〈위로〉등을 발표하여 정식으로 문단에 데뷔한 시인이다. 문단에 데뷔한 이후 그는 여성특유의 아늑하고 섬세한 서정시를 많이 발표하였다.
첫시집인 〈달하〉에서 그의 시세계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이 시집에서는 동양적인 정적 정서의 바탕위에 기독교적인 신앙이 조화를 이루면서 神을 향한 갈구와 기도로 지기의 완성을 희구하는 그의 시세계가 펼쳐진다. 그러한 갈구와 기도가 때로 직설적인 표현, 혹은 절망의식으로 변용되어 나타나는 데, 그것이 바로 그의 시세계의 특징이다.
그의 시들 가운데에서 〈비오는 날〉은 마치 그의 자화상을 보는 듯한 분위기와 함께 곱게 닦여진 시적 정서의 아름다움이 공명하고 있는 듯 하다.
그는 시작 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시에 대한, 시인적 삶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모든 사물은 나의 영혼이 투영된 자화상이며, 내 혼을 쏟아부어 사랑할 만한 대상으로 보고자 한다. 사물을 사랑하고 사물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이 기쁘다. 언제나 신선한 모습으로 나를 새롭게 탄생시킬 수 있는 사물을 찾아 시를 쓰고 싶다. 그것이 곧 내가 살아 있음의 증거이며, 확신이며, 다짐이였으면 한다. 유행이나 무엇에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목소리와 나만의 꾸밈없는 호흡으로 시의 정도를 걷고 싶다. 죽을 때까지”
시세계에서 보여준 아늑하고 섬세한 서정은 수필의 세계에서도 변함없이 나타난다. 그의 수필에서 아름다운 서정세계를 엿볼 수 있음은 그가 가지고 있는 치열한 시인 정신을 바탕으로 수필이 쓰여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